본문 바로가기
CPA 수험일기

아이패드로 페이퍼리스 삶을 살 수 있을까? (아이패드 프로 3세대 11인치 후기)

by Alcantara 2019. 1. 6.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후기

원래는 좀 더 나중에 쓰려고 한 글이지만 언제 시간이 날지 또 모르기 때문에...
최근 값비싼 기기들을 굵직굵직하게 질렀다. 소니 WH-H900 헤드셋, 아이패드 프로 11인치(+애플펜슬), LG 그램 17인치까지.
오늘은 아이패드 프로에 대해서...



최근까지 아이패드 프로1세대 12.9인치와 맥북 12인치 2017년형을 쓰다가 모두 싼 값에 처분해버렸다. 맥북은 더이상 맥OS 환경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가 이전까지 주로 했던 문서작업 또한 내 작업환경과 아주 적합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처분하는데 큰 고민이 없었다. 얼마 전 맥북에어도 새롭게 리뉴얼되었기에 중고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빨리 팔아야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반면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모델은 비록 1세대이긴 하지만 여전히 내 용도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물건이었고 3세대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굳이 꼭 해야 하나? 벌써? 정도의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본격적으로 수험생활을 시작하기 전 주로 노터빌리티와 리디북스, 아마존 킨들 앱을 통한 독서와 문서 필기 목적으로 아이패드를 사용했었다. 시원시원한 크기 덕분에 필기도 수월했고 이북리더기와는 비교하기 힘들지만, 좋은 디스플레이 덕분에 책도 그럭저럭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두툼한 케이스 때문에 무게가 다소 무겁기는 했지만 휴대할 일이 많지 않아서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하지만 CPA공부를 제대로 시작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좀처럼 휴대하지 않았던 아이패드는 침대에서 사용하는 유튜브 머신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와 함께 몇 달 동안 공부를 하면서 사용하는 노트의 수가 너무 많아졌고 다쓰면 곧장 책장 안쪽에 꽂아놓고 들춰보지 않아 떨어지는 활용도에 아쉬웠으며 이따금 발생하는 외부 출장 때문에 하루 내내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날이 종종 생겼다. 
처음에는 서브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따로 시간을 내서 공부했지만 서브노트 자체가 너무 무거운 것도 있어서 두 권 이상 들고 다니기 힘든 한계가 있었다. 때마침 아이패드 신형 모델이 나오면서 구매 충동에 불을 질렀던 것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3세대 모델은 휘어짐 이슈도 있어서 구매가 꺼려지기도 했고,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잘 쓰던 1세대 12.9인치를 처분하는 게 조금 귀찮았지만 생각보다 중고로 처분을 빨리하게 되어 빠르게 지를 수 있었다. 구매 직전까지 12인치와 11인치 사이에서 엄청나게 갈등했지만 평소 사용하던 노트를 놓고 크기를 비교해보니 11인치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타협할 수준은 되겠다 싶어 결국 11인치로 구매하고야 말았다(물론 가격도 고려 사항에 한몫했다). 만약에 있을 휘어짐 현상을 대비해 구매는 공홈에서 했고 구매 당일 재고가 들어와 기다리지 않고 그날 바로 픽업할 수 있었다. 매장에서 아이패드 + 펜슬 + 정품 폴리오 커버까지 구매했다.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셀룰러 256g, 스페이스그레이 모델 + 애플 펜슬 2세대 + 폴리오 케이스
구매 후 이틀 뒤에는 랩씨의 종이질감 필름도 붙여서 사용하고 있다.

핸드폰과 연동해 데이터쉐어링을 쓰려고 했으나 유플러스에서 대환장 파티를 벌이고 결국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아 개통한 데이터쉐어링 유심을 당일 해지하고 그냥 속 편하게 KT에서 태블릿 전용 요금 유심을 개통해 쓰고 있다. 데이터쉐어링을 하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온갖 고생을 했지만 실패한 이야기를 여기 쓰기에는 너무 삼천포로 빠질 것 같고 굳이 여기서 안 좋은 얘기는 하고 싶지 않으니 그냥 생략하고...


혹시나 내 아이패드는 휘어져 있지 않았는지 무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휘어져서 나오지는 않았다.
이전의 아이패드 1세대 12.9인치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작지만 노트 필기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컴팩트해진 크기에 상대적으로 훨씬 가벼운 무게 덕분에 만족도가 매우 매우 크다. 3세대 12.9인치와 11인치 사이에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11인치를 사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롱한 자태의 아이패드... 필수 앱인 드롭박스와 노터빌리티, 굿노트, 스캐너블, 유튜브 정도만 바로 깔았고 그 이외에는 필요한 게 생각날 때마다 종종 설치하고 있다. 수험 목적상 필요하지 않은 앱은 최대한 처음부터 깔지도 않으려고 한다.


아이패드용 노트 필기 앱은 노터빌리티와 굿노트가 거의 양대산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진작에 둘 다 사서 써봤지만 나는 노터빌리티가 더 잘맞는 것 같아서 그대로 쭉 쓰고 있다. 노트 관리를 어떻게 할지도 생각해봤는데 CPA학습용 카테고리를 만든 다음 월별로 폴더를 만들어 그날그날 공부를 시작할 때 노트 파일 하나씩 만들어 쓰고 있다.


내 글씨체, 글씨 크기, 필기 방식으로 봤을 때 위와 같은 용지 세팅이 제일 잘 맞아서 이 방식으로 쭉 사용하고 있다.


위 사진처럼 노트를 만들어 필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날 공부한 챕터의 서브노트나 본서의 일부 페이지를 스캐너블 앱으로 캡처해서 노트에 저장후 반복해서 보고 있다. 랩씨에서 나온 종이질감필름을 붙였기에 다소 화질이 떨어지긴 하지만 공부하는 며칠 지나니 금방 적응이 됐고 필기감이 많이 좋아져서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중급회계의 리스 파트 OX문제 페이지를 캡쳐해 아이패드에 저장하고, 그 위에 필기를 했다. 기존의 본서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일...
언제든 쓰고 지울 수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필요한 대로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게다가 과목별로 따로 노트를 쓸 필요 없이 그날 만든 노트에 그날 공부한 과목의 내용을 다 때려 넣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단순 필기야 노트 하나에 몰아서 하는 건 아날로그 노트로도 가능하지만 아래 사진처럼 책의 특정 페이지를 스크랩해서 넣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아이패드가 훨씬 더 수월하다. 예전에 오답노트 만드는 걸 보면 이런 식으로 문제 일부를 오려서 노트에 붙이고 그랬는데... 이제는 책을 자를 필요도 없이 더 빠르게 자신만의 오답노트 + 필기노트를 만들 수 있다.


특히나 내가 공부하는 세법 개론의 서브노트에는 위 사진처럼 객관식 문제가 실려있지 않은데, 이렇게 본서의 객관식 문제 페이지만 따로 찍어서 아이패드에 넣고 다니면 서브노트와 아이패드만 가지고도 훨씬 더 편하게 공부할 수 있다.



아이패드 프로를 사서 쓰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새 노트를 사지 않았으니 그럭저럭 페이퍼리스 삶은 잘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잠자리에 들기 전이나 주말에 주간에 공부한 노트를 살펴보며 내가 놓친 부분을 복습하고, 문제를 반복해서 풀면서 공부량을 조금 늘리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뭘 배우고 뭘 제대로 익히지 못했는지 복기하기에 정말 좋다. 나는 무엇보다 이런 노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쌓였을 때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디지털 필기의 장점인 유용한 보관을 통해 노트가 누적되었을 때 시험을 앞두고 훨씬 더 쉽게 그간의 공부를 돌아보고 유용하게 단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테크 유튜버들이 얘기하듯 '아이패드가 랩탑을 대체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아직까지는 쉽지 않다고 얘기하겠지만, 아날로그 노트 필기를 대체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특히나 두꺼운 책과 많은 PPT 자료로 고생하는 대학생이라면 더욱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휴대성 : 11인치 아이패드의 무게는 매우 가볍다. 정품 폴리오 케이스도 솜털같은 무게여서 부담이 없고, 무엇보다 애플펜슬을 따로 보관할 필요 없이 아이패드에 부착해 휴대할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럽다. 크기, 무게, 휴대성 모두 대만족
  • 필기감 : 종이질감필름을 붙이기 전에는 유리에 선을 긋는 느낌이었지만 필름을 붙이니 필기감이 훨씬 낫다. 대신 화질 차이가 많이 나고, 펜슬 팁이 빠르게 마모된다는 단점이 있으니 직접 매장에서 시연을 해보고 구매하기를 추천한다. 나처럼 완전히 필기때문에 아이패드를 쓰는 게 아니라면 일반 보호 필름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 소프트웨어 : 노터빌리티 + 스캐너블 앱 정도면 노트 필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도구는 다 갖췄다고 본다. 아이패드 카메라가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걱정했는데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적당히 쓸만한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이런 도구 하나 더 추가된다고 학습 능률이 어마어마하게 오르거나, 이전까지 잘 풀리지 않던 공부가 갑자기 잘 되는 건 아니다. 또한 가뜩이나 적지 않은 수험 비용을 부담하면서 장기간 공부해야 하는 수험생에게는 선뜻 구매를 선택하기 어렵다. 신형 아이패드에 애플 펜슬만 해도 150만 원 가까이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까. 나는 이전까지 워낙 아날로그, 디지털 할 것 없이 노트 필기에 관심이 많았고 각종 다이어리부터 여러 노트까지 온갖 종이는 다 써보고 필기용 펜도 샤프부터 볼펜, 형광펜, 만년필까지 온갖 헛발질은 다 해보고 아이패드로도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봤기에 아이패드를 신형으로 교체한 뒤에도 별다른 적응 기간 없이 빠르게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활용할 수 있었다. 아직 아이패드가 없는 사람이 이걸로 대학 생활이나 수험 공부에 활용하고 싶다면 우선 6세대 아이패드나 1,2세대 중고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해서 써보는 게 비용대비 목적 적합한 것 같다. 나는 1세대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129g 셀룰러) + 애플 펜슬 + 스마트 커버를 64만 원에 중고로 처분했는데 신형 아이패드와 펜슬, 케이스를 사는데 쓴 150만 원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6세대 아이패드나 9.7인치 아이패드 프로, 10.5인치 아이패드 프로가 무난해 보인다.

비싼 돈 들여서 이런 짓?까지 해가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합격도 못 하면 너무 쪽팔릴 것 같다. 이런 포스팅까지 했으니 책이라도 한자 더 봐야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