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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A 수험일기

CPA 공부를 시작하면서

by Alcantara 2018. 9. 29.

얼마 전부터 CPA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갑작스럽게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가 있지만 블로그에 담을 성격의 내용은 아닌 것 같다.  돌이켜보면 진로 고민을 참 오래 했다. 전역을 앞둔 때부터 대학교 4학년을 지나서까지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는 듯하다. 1년 6개월 전에도 지금까지 준비해오던 일을 접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때에도 두려움이 참 많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위해 달려나가는 설렘도 컸었다. 막 CPA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당시에는 내 인생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싶어서 이리저리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썩 덤덤해졌다. 단기간 공부해서 될 시험이 아니기에 공인회계사 합격이라는 관문이 까마득하게 멀게 느껴지고 회계, 법, 경제 등 각 과목이 큰 벽처럼 다가오는 기분이다. 새롭게 배워야 할 것들이 참 많아서 내가 그 생소한 내용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도전에 실패했을 때 내 인생은 어찌 될지에 대한 걱정이 많지만 수험 공부라는 게 원래 그런 거라 생각하면서 묵묵히 오늘 해야 할 공부만 떠올리려고 한다. 이미 합격한 사람들도 다 이런 과정을 거쳐왔을 테니까. 성공했을 때 얻는 보상이 작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의 리스크는 감수할 만 하다고 믿어야지.

9월 초부터 회계원리를 공부했고 다음 주부터 중급회계와 경제학 입문 강의를 듣기로 했다. 강좌 결제는 완료했고 교재만 도착하면 된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회계나 상법, 세법보다 경제학이 더 걱정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미대 진학을 목표로 했기에 수학은 진작에 손을 놓은 데다가, 내가 수능을 볼 때에는 문과 수리영역에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미분이 없었다. 비어있는 수학 개념은 물론이고 수학 기호조차 낯설어서 상법, 세법은 공부해도 경제학은 도저히 못 할 것 같은 두려움이 너무나 컸다. 중고등학교 수학 교재를 사서 공부를 해야 하나, 구몬 수학이라도 신청해야 하나 싶었지만 다행히 나 같은 사람을 위해 경제학에 필요한 기초 수학 특강 수업이 있어서 그걸로 보완하려고 한다. 올해 말까지 중급회계를 끝내고, 이와 함께 기초 수학과 경제학 입문 수업을, 그리고 세법 입문까지 충분히 익혀두고 넘어가는 게 목표다. 번거롭지만 학점 이수도 해야 하는데, 일단 휴넷에서 회계 수업 2개(6학점)을 듣고는 있다. 15주 과정이 끝나고 상황을 봐서 남은 6과목은 3개씩 나눠서 듣거나, 혹은 몰아서 한꺼번에 듣든지 해야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험 응시에 필요한 영어 점수를 미리 만들어놨다는 것이다. 기준 시험 중 하나인 토익은 700을 넘어야 하는데 이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문제가 없다. 물론 2년 이내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새로 봐야 하긴 하지만, 수험 공부에 매진하느라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걸 감안해도... 설마 토익 700이 안 나오겠어?



어제 퇴근 후 근처 서점에서 구매한 책이다. 각 과목을 어느 순서로 공부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덤으로 전반적인 수험 과정이나 회계사에 대한 경험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각 과목별 공부 순서, 기간별 공부 방법 파트가 특히 유용했다. 나는 경제학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경제학 공부를 조금 미리 하고, 내년 초에 원가관리와 세법을 들으려 한다. 






아직은 희미한 안개 속에서 헤매는 느낌이지만 얼핏 보이는 불빛을 잘 따라가다 보면 합격이라는 출구에 다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20대 중반을 갓 넘은 나로서는 지금 이 시기가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아닐까 싶다. (물론 30대에도 똑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합격 불합격이라는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지금 당장, 오늘 하루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는 데 집중해야지. 지금으로서는 6개월, 1년 뒤에도 지금처럼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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