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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세무사 책,강의 후기

회계사,세무사 상법 공부를 돌아보며

by Alcantara 2021. 6. 10.

지난 기간 회계사, 세무사 시험을 대비하며 준비했던 상법 공부를 돌아보며 쓰는 글.

남한테 조언할 입장은 절대 아니어서 내가 생각하는 공부 방향이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냥 지금까지 공부해온 걸 돌이켜보며 아쉬웠던 점과 그래도 잘했던 점을 짚어보기 위해 쓴다.


수강한 강의

회계사 초시 : 심유식 기본강의, 빈출지문노트 강의(나무경영)

회계사 재시 : 이정엽 변호사 기본강의(해커스경영)

공부했던 교재

초시 : 심유식 강의노트, 암기노트, 객관식 상법, 빈출지문노트, 정인국 회계사 상법 연도별 기출문제집

재시 : 이정엽 회계사 상법 기본서, 인사이트 상법 회계사 객관식 교재

세무사 시험 대비 : 이정엽 인사이트 세무사 상법 기본서, 윤승욱 세무사 모의 480

시험 점수

회계사 초시 : 67.5

회계사 재시 : 85

세무사 : 85


상법 시작은 심유식 선생님 기본강의로 했다. 딱 2년 전 이맘때 수업을 들었는데 당시에 김혁붕 선생님과 심유식 선생님이 유명했다. 김혁붕 선생님 기본강의는 일단 강의 시수가 너무 많고 러닝타임도 매우 길었는 데다가, 위너스 홈페이지 개편 전이라 홈피도 매우 구려서 애초에 가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심유식 선생님 기본강의 오티를 들었는데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이어서 마음에 들었고 강의 시수가 짧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별 고민 없이 심유식 선생님 수업을 들었다.

수업은 재미있었다. 학생들 동기부여를 위해 좋은 말도 많이 해주시고 종강까지 활기찬 모습으로 강의를 하는 모습이 좋았다. 강의 진행은 강의노트를 중심으로 하고, 기본서는 거의 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앞글자도 많이 따주셨다. 수업내용을 곧바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강의를 듣고 강의노트를 이용해 복습하면서 조금씩 이해하려고 했다. 종강할 즈음에 완강 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도 알려주셨는데 여름 기간 동안 강의노트만이라도 주당 2시간씩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기본 강의 완강을 남들보다 일찍 했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내서 강의노트를 더 많이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제는 완강 후 복습을 하는데 강의노트를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예쁘게 정리된 책을 보면서 복습을 하려니 내용이 하나도 와닿지 않았는데 그래도 꾸역꾸역 복습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초시 때 가장 공부를 열심히 했고, 또 무식하게 했다. 가장 열정적으로 공부했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그저 열심히만 공부하고 모자란 내용을 강의를 들으며 보충하려 한 것이 너무나 아쉽다.

요약서를 보고 내용이 이해되지 않으면 기본서를 보면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하는데 기본서를 봐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나는 당시에 기본 강의를 들으면 기본서는 필요가 없고 그저 요약서로만 공부하면서 객관식 교재를 보고, 문제집의 풍부한 해설에 의지하며 그래도 이해가 안 되면 강의를 들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기본서는 완강 후 다 집어던져버렸다. 심지어 강사도 기본서는 수업을 한 번 더 듣는 효과가 있지만 강의를 들었으니 복습은 강의노트만으로 해도 된다고 말했기에 기본서의 중요성을 완전히 망각한 것이다.

그렇게 가을이 됐지만 여전히 상법은 감을 잡을 수 없었고 심유식 선생님 객관식 교재를 사서 1번 풀었는데 1회독이 끝나니 11월 말이 됐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너무 조급했다. 시험은 코앞에 다가온 것만 같은데 내 실력은 여전히 제자리인 데다가 내용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공부하는 매 순간이 너무 불안했고 어떻게든 눈앞의 문제를 하나라도 그냥 더 외우려고 했었다. 그때의 나에게 딱 한 번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여전히 시간은 충분하고, 부족한 개념은 강의를 듣기보다 기본서를 계속 읽으면서 문제를 풀고 메꾸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12월이 됐고 내 실력은 기본강의를 완강한 시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객관식 교재를 더 보자니 시험 전까지 이 두꺼운 책을 소화할 자신이 없었다. 때마침 빈출지문노트 교재로 진행하는 요약 강의가 개설될 예정이었는데 전 범위를 빠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그 수업을 들었다.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빈지노 강의를 들으면서 강의노트도 다 집어던지고 빈지노 교재만 봤다. 강의를 들으면서 대강의 내용을 조금 더 이해했지만 강의노트보다 더 요약된 책을 중심으로 공부하니 완전히 사상누각이었다. 빈지노의 문제를 전부 다 외웠지만 머릿속에 개념은 마구잡이로 채워져 있었던 것 같다. 교재 뒤에는 자주 출제되는 지문이 실려있는데 이를 읽어도 내용이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래도 그냥 묵묵히 공부했다. 12월 말쯤 정인국 연도별 기출문제집을 사서 풀어봤는데 60점 정도 나왔다. 남은 기간 더 공부하면 점수가 오르겠구나 싶었다. 착각이었다.

1달 더 빈지노를 매우 열심히 봤다. 문제의 선지 하나하나 다 외웠던 것 같다. 틀린 선지의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다 외웠지만 정작 기출문제를 풀면 문제를 맞힐 수 없었다. 애초에 기출문제와 문제 형식이 너무 달라서 적응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1월 말에 다른 연도 기출문제를 풀었는데 점수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60점대. 학원 모의고사가 나올 시점이어서 우리와 나무 모의고사를 풀어봤다. 우리는 50점 전후로 나왔던 걸로 기억하고, 나무 모의고사에서는 65점 정도 받았던 것 같다. 속이 쓰렸지만 실제 시험에서는 점수가 더 나온다고들 해서 그냥 꾹 참고 공부했다. 빈지노를 아무리 봐도 실력 상승을 느끼지 못해서 연도별 기출문제집을 계속 풀었다. 8~9개년 정도 풀었는데 과거의 기출문제를 거슬러 풀어봐도 점수가 내내 제자리였다. 2회독부터는 틀린 문제를 중심으로 반복해서 풀면서 선지를 외웠다. 여럿 풀다 보니 8개년 기출문제의 모든 문제를 다 외운 것 같았다. 내용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얼추 외웠으니 시험에는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이것도 착각이었다. 작년 회계사 상법 시험도 엄청 쉬웠다는데 나는 67.5점을 받았다.

재시생이 되면서 상법 공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심유식 선생님의 재시생 상법을 들어야 하나? 갖고 있던 기본서를 봐야 하나? 상법 신강을 사서 봐야 하나? 그러다 우연히 이정엽 변호사의 상법 강의, 교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회계사 수험계에서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는 분이었지만 일단 책을 주문해서 머리말을 읽었다. 회계사 수험생들은 상법을 그저 단순한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해서 앞글자를 따서 외워 공부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법에는 체계가 있고 내용을 충실히 이해하며 법조문에 대한 체계를 잡아가며 공부하는 것이 최종적으로는 훨씬 효과적이고 능률도 좋다고 적혀 있었다. 이 얘기를 보고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회계, 세법 공부를 하면서 중간중간 시간을 내 기본서를 조금 읽었다. 이거다 싶어서 7월부터 기본 강의를 들었다. 앞글자 따서 암기하는 강의, 내용을 이쁘게 정리하는 강의가 아닌 그저 '이해'만을 최우선으로 진행되는 강의였다. 1강 당 60분이 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 총 강의수가 75강 정도로 타 강사 대비 짧은 강의시수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1달간 기본강의를 다시 들으면서 내용을 조금 더 이해하고 완강 이후에도 기본서를 여럿 봤다. 가을이 되자 이정엽 변호사의 회계사 시험대비 객관식 교재가 나왔고 곧바로 사서 풀었다.

인사이트 회계사 상법 객관식 교재는 10개년 기출문제가 진도 순으로 구성되어 있고, 문제 밑에 바로 해설이 있으며 매우 매우 풍부한 해설이 특징이다. 정인국 강사의 교재와 구성이 매우 유사한테 해설 내용은 훨씬 좋았다. 다른 강사의 교재에서는 가답안과 실제 답이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그렇게 된 이유를 '모른다'라고 해설이 달려 있었지만 이정엽 변호사의 교재에는 답이 달라지게 된 근거를 실제 판례의 내용을 언급하며 그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렇게 객관식 교재를 계속 반복해서 봤고, 중복되는 선지, 문제를 지워가며 10개년 기출문제 선지 하나하나 분석하며 OX교재처럼 풀었다. 법조문도 반복해서 읽고 중간중간 기본서도 계속 들춰봤다. 그렇게 한층 더 상법에 자신감을 쌓은 채 시험을 봤고 이번에는 85점을 받았다. 다른 과목에서 빵꾸가 나는 바람에 시험에는 떨어졌지만... 그래도 상법은 만족할만한 점수를 받아서 아쉬움이 없었다.

곧바로 세무사 시험을 준비했고 새로 나온 인사이트 상법 세무사 기본서를 구매해서 계속 읽었다. 세무사 상법은 일단 상총, 상행위, 어음수표법이 제외되고 회사법만 나오기 때문에 공부 분량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다. 문제풀이는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암기에 대한 의식은 잠시 내려놓고 그간 힘들게 외워왔던 내용이 왜 그렇게 도출되는지를 짚어가면서 기본서를 계속 봤다. 상법을 공부하는 매 순간이 너무 즐거웠다. 각 내용이 매우 체계적으로 서술되어 있었기에 시험 직전에 빠르게 암기하느라 놓친 내용을 많이 보충할 수 있었다. 특히 회사법 후반부의 내용과 합명, 합자, 유한, 유한책임회사와 같은 기타 회사에 대해서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세무사 시험 기출문제도 풀어보고 싶어 윤승욱 모의고사 교재를 사서 봤다. 윤승욱 모의 8~12회분이 기출문제여서 그 문제를 중심으로 풀면서 기본서를 봤다. 점수가 나쁘지 않아서 기본서를 쭉 봤다. 그렇게 세무사 시험을 봤고 세무사 시험에서도 85점을 받았다.

시험날 큰 어려움 없이 대부분의 문제를 풀었고 다소 확신이 없었던 5~6문제 정도는 적당한 선지를 골라 찍고 바로 마킹을 했다. 마킹까지 했는데도 20분밖에 지나지 않아서 회계학을 매우 여유롭게 풀 수 있었다. 회계학 문제가 만만하지 않았는데 일단 시간이 넉넉해서 문제를 천천히 읽고 뜯어볼 수 있었다. 덕분에 안정적인 점수를 받은 것 같다.

상법은 어느 시험에서든 나름의 전략과목이어서 상대적으로 고득점을 노리고 공부하게 된다. 그렇더라도 90점, 100점을 맞겠다는 목표를 잡을 필요는 없는 것 같고 회계사 시험은 80점 이상, 세무사 시험은 70점 이상이면 괜찮은 것 같다. 법조문의 모든 내용을 다 외우려고 하면 정말 한도 끝도 없는 과목이지만 차분히 하나씩 풀어가며 이해하고 그 논리를 이해하면 훨씬 더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다. 각 조문의 특징을 앞글자를 따 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 를 생각하고 그에 대한 논거를 뒷받침할 수 있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앞글자를 따고 요약서를 중심으로 공부해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이 너무나 많으니까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다만 나는 강의를 듣고 그 내용을 다 이해해서 요약서만 보고 다시 현출 할 능력이 없었다.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내게는 줄글로 된 기본서를 보면서 그 논리를 직접 숙지하고 반복 숙달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만약 상법 첫 시작을 김혁붕 선생님 수업으로 시작했으면 좀 달랐을까? 아쉬움이 남지만 이미 지나온 길이니까 어쩔 수 없다. 그냥 앞으로 해야 할 공부만 할 뿐... 다만 초시 때는 너무 열심히만 공부했던 게 아쉽다. 고통스럽게, 스트레스를 억지로 이겨내며 공부했다. 최종 종착지를 경험하지 못해서 그저 버티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데드라인과 상관없이 그저 매 순간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공부했으면 좀 더 나았을 것 같다.

혹시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겁먹거나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고통스럽게 공부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까지 모든 걸 다 암기할 필요도 없다. 합명, 합자, 유한, 유한책임회사도 '기타'회사가 아니다. 외워야 할 내용이 많아서 제낄까 고민할 파트가 전혀 아니다. 상법 때문에 힘들어한다면 이정엽 변호사의 상법 교재와 강의를 추천하고 싶다. 기본 강의를 듣고 인사이트 상법 기본서, 객관식 문제집 두 권을 반복해서 보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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